카테고리 없음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병원에피소드특집 / 47 과일주)

역사야톡 2021. 11. 25. 19:57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병원에피소드특집 / 47 과일주)

병원은 입원한 진료과마다 특성이 있다 암병동은 옛날만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세상과 하직하여 암울하기까지 했다 성형외과 비뇨기과 부인과 병동은 누구에게 자랑하지 않는 병이 있는지 면회객도 없고 노출을 꺼리는 환자가 많다

정형외과는 골절환자가 많아 잘 먹고 잘 싸고 시간이 지나야 낫기 때문에 몹시 재앙시럽다 통닭에 심지어 맥주도 마시고 휠체어로 경주도 하고 기브스에 장난스러운 그림을 그려 놓기도 한다

15년 전 쯤의 일이다 예쁘고 앙증맞은 어린 아이가 엄마가 입원했는지 보호자가 되어 정형외과 병동에서 생활했다 어린 아이는 시간만 많은 다리에 쇠를 박은 환자와 팔목에 기브스를 한 환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기브스 환자 : 몇 살이야?
꼬마 :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하나를 오그린다)
쇠박은 환자 :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는 어디 아파?

꼬마 : (자기의 발목을 가리키며) 다리가 아야해
휠체어 환자 : (꼬마에게 요구르트를 주며) 아빠는 없어?

꼬마 : (요구르트를 마시며) 이떠요
목발 환자 : (꼬마에게 사탕을 주며) 왜 아빠는 병원에 안 와?
꼬마 : (사탕을 빨며) 술 먹고 이떠요

환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국정감사 증인이나 인사 청문회 대상에게 질의하듯 집중적인 질문을 하였다 꼬마와 환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줄거리가 형성된다

붉은 루주를 바르고 술에 취해 새벽에 귀가한 엄마에게 아빠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단다 아빠는 화가 나서 장롱 위의 과일주를 그릇에 담아 마셨단다 엄마가 횡설수설하자 아빠가 술상을 엎어 엄마의 아킬레스건이 다쳐 수술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업무 또는 공부로 생긴 질병 부상 재해’는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과일주는 매실 복분자 살구 산딸기 대추 등을 소주에 담은 담금주와 포도 블루베리 등의 과즙을 발효시킨 발효주를 말한다 ‘과일주에 취하면 에미 애비도 몰라본다’는 속설이 있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엄마는 그날 오후에 바람과 함께 퇴원했다 아킬레스건은 도망가는 사람에게 아무런 지장을 주지 못한다

#서일환의역사야톡 #서일환의역사이야기 #첨단재활요양병원 #병원에피소드특집 #과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