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고향 특집 / 17 토란)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고향 특집 / 17 토란)
산골정 고향집 우물가에는 토란(土卵)이 많았다 뿌리는 토란탕으로 먹었고 줄기는 나물로 먹거나 보신탕 오리탕 육개장에 넣어 먹었다 설이나 추석에는 차례상에 올렸다 토란잎에 오줌을 싸기도 하고 비가 오면 토란잎을 쓰고 칙간에 가기도 하였다
어려서는 장례식도 결혼식도 커다란 채일을 치고 마당에서 하였다 칠순 잔치는 물론 회갑 잔치도 많았다 제사가 있으면 제삿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을 함께 먹었다 형이 군대를 가거나 결혼해서 신부가 오면 함께 식사를 하였다
상갓집 제삿집 잔칫집 등 다른 집에서 밥을 먹으면 그날 밤부터 목이 아팠다 밤새 잠을 못자기도 하고 목이 쉬고 침을 삼키기도 어려웠다 초복날 개고기를 먹어도 오랜만에 오리탕이나 육개장을 먹어도 목이 아팠다 이삼일 정도가 지나면 괜찮아졌다
설이 지나고 며칠 후에 화순에 사는 후배네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하였다 아마도 집에서 장례식을 하였던 마지막 기억으로 생각난다 한쪽에서는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고 덕석에 앉아 술을 마셨고 여기서는 화투를 치고 저기서는 윷놀이를 하였다
상갓집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구경만 하였다 상주인 후배가 술 한잔하고 식사도 하시라는 요구했다 상갓집만 다녀가면 목이 아파서 성가셔서 안먹는다고 말하자 촌노 한 분이 토란 알레지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말하자 토란만 빼고 먹으란다
처음으로 상갓집에 다녀와서 목이 아프지 않았다 얼마 후 보름날 무등산에서 토란이 잔뜩 들어간 보리밥을 먹었다 목이 아파 외과에 갔더니 토란 알러지란다 그때부터 토란나물을 비롯해 오리탕과 육개장을 토란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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