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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38 / 석사급(碩士級) 학사(學士)가 되어)

역사야톡 2024. 9. 3. 19:53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38 / 석사급(碩士級) 학사(學士)가 되어)

1987년 대학 3학년 1학기는 박종철 고문치사, 4.13 호헌조치,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6월항쟁을 겪으면서 3학년 1학기 18학점 모두 F학점을 맞았고 여름방학 동안에 구속이 되었다. 학군사관 후보생에서 성적이 불량하고 사상이 불순하고 품행이 방정 맞다는 이유로 제적됐다. 지금까지 받은 모든 장학금은 반환하고 일반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감옥에 있었던 2학기에도 18학점 모두 F학점을 맞았다.

대학을 5년, 6년 다닌 친구들을 석사급 학사라고 불렀고 5년 만에 졸업한 경우는 조기졸업이라 하였다. 어떤 친구는 짜 졸업장을 인쇄하고 학위복을 대여하여 졸업식을 하였다. 그런데 부모님에게 등록금 고지서가 배달되어 가짜 졸업이 들통이 나기도 하였다. 대학 5학년 2학기에 전공필수를 또다시 F학점을 맞았다. 다시 1년을 기다려야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교수실에 의의가 있으면 찾아오라는 메모가 있었다.

-교수 : 왜 왔어요?
-1환 : 학점이 F가 나와서 왔습니다
-교수 : 혹시 신강신청은 했나요? 수업은 한 번이라도 들어왔나요? 과제물을 한 번이라도 제출했나?
-1환 : 수강신청은 했는데 출석수업과 과제물 제출은 하지 않았습니다
-교수 : 그러닌까 F학점이지
-1환 : 저에게 언제 어디서 시험을 본다고 알려주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시험을 본신거잖아요

-교수 : 수업시간에 공지했네
-1환 : 수업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공지도 안으신 것입니다
-교수 : 그래서 어쩌라고?
-1환 : 재시험을 보게 해주세요. 내년에 다시 교도소 면회를 오시렵니까?

-교수 : 그럼 전무후무하게 재시험을 보겠네 다음 주 화요일에 오게
-1환 : 다음주 화요일은 바빠서 안됩니다. 수요일에 보겠습니다
-교수 : 수요일은 내가 바쁘네 목요일에 보세
-1환 : 목요일도 제가 바쁩니다. 금요일은 어떠신가요?
-교수 : 이 사람 당돌하네 그럼 금요일에 보세. 교수실로 오게나.

옆에서 듣고 있던 조교가 어깨를 찌른다. 교수님에게 인사하고 조교를 따라 학과실로 갔다. 조교는 세상에 교수님에게 책을 빌려주라는 놈이 어디 있냐면서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빼준다. 지금까지 봤던 책 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두꺼운 책이다. 몇 장을 뒤집어 보자 모두 영어로 쓰여있다. 원서로 수업하고 전공이고 시험은 오픈테스트라고 하였다.

금요일 날 교수실로 찾아갔다. 교수님은 A3 용지 상단에 영어로 한 문장을 적어 놓고 책을 보고 답을 적으라고 한다. 600 페이지가 넘은 책을 뒤집어 봐도 시험문제 단어는 찾을 수 없었다. 교수님이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면서 나가신다. 조교가 책상에 365를 쓴다. 365를 펴자 중강에서 중간까지 손가락으로 찍어준다. 책에 있는 그대로를 작성하여 D학접을 맞고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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