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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전라도] ‘문불여장성’ 장성군 황룡면의 아치실 마을

역사야톡 2021. 4. 1. 19:56
[역사 속 전라도] ‘문불여장성’ 장성군 황룡면의 아치실 마을

서일환 언론학박사·첨단재활요양병원 본부장

장성군(長城郡)은 전라남도 서북부에 있는 1읍 10면의 작은 위성도시이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북도 남부 사이에 있고 인구는 5만 명도 되지 않는다. 고려초에 장성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조선초에 장성현이 되었다.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장성현과 진원현을 통합하여 장성도호부로 승격했다. 1896년 지방제도 개정으로 전라남도 장성군이 되었다. 장성 출신 공세경이 부른 ‘노을빛이 곱디 고운 황룡강 강변에서 내 마음을 훔쳐간 당신은 홍길동인가’라는 노래가 장성을 지키고 있다.

필암서원은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관직을 버리고 장성으로 낙향하여 후학을 양성한 하서 김인후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건설된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김인후는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에 종사된 해동 18현 가운데 한 사람이다. 백양사는 내장산 국립공원 백암산(白巖山)에 있는 사찰이다. 백제 무왕 때 승려 여환이 창건한 천년고찰로 한국 불교의 5대 총림의 하나인 고불총림이다. 백양사의 봄 신록과 내장산의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봄이면 백양이요, 가을이면 내장이다’라고 한다.

축령산은 전남 장성군과 전북 고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명산이다. 전북 순창이 고향인 춘원 임종국이 황폐화된 산에 1956년부터 1989년까지 34년간 사재를 털어 전국 최대 편백나무숲을 조성했다. 편백나무는 일본이 원산인 상록교목이다. 국토해양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입암산성은 입암산 능선을 따라 천연의 요새에 쌓은 석축산성이다. 고려 송군비 장군이 대몽항쟁 당시 몽골군과 싸워 승리한 곳이고, 조선 윤진 장군이 정유재란 당시 왜군과 맞서 싸우다가 전사한 곳이다.

흥선대원군, 학문으로는 장성만한 곳이 없다

흥선대원군이 전국을 유람하며 남도의 독특한 기상이나 특산물, 아름다운 전통을 여덟 가지로 평한 호남팔불여(湖南八不如)를 남겼다. 한양으로 돌아가던 길에 마지막으로 장성에 들렀다.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노사 기정진 등 걸출한 선비를 배출한 곳이기에 학문으로는 장성만한 곳이 없다는 뚯으로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이라고 하였다. 옛부터 ‘장성에서 인물 자랑하지 말고,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고,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장성은 출중한 인물이 많은 곳이다.

황룡면(黃龍面)은 장성군 서남부에 있는 면으로 40개 마을에 4,4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북쪽에는 축령산, 서쪽에는 수련산, 남쪽에는 와우산, 동쪽에는 제봉산이 있다. 누런 강의 깊은 물에서 황룡이 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황룡강은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흐른다. 황룡강은 영산강의 제1지류로 내장산 국립공원이 있는 입암산에서 황룡강이 발원하여 장성호에서 잠시 머물다가 광주에서 영산강에 합류한다. 황룡면에는 필암서원, 박수량백비, 홍길동생가, 요월정 원림 등이 있다.

장성군 황룡면 아치실 마을은 인제 이씨, 밀성 박씨, 행주 기씨 등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기대승의 조카인 기효간이 밀성 박씨에게 장가들어 아치실 마을에 입향했다. 고봉(高峰) 기대승은 조광조의 지치주의 사상을 이어받아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삼았다. 퇴계 이황과 1559년부터 1566년까지 8년 동안 서신을 주고 받으며 사칠논쟁(四七論爭)을 하였다. 정3품 공조참의를 끝으로 낙향하여 월봉서원에 모셔졌다. 아치실 마을에서 기우만, 기삼연, 기산도 등이 태어났다.

아치실 마을, 기우만, 기삼연, 기산도 태어나

노사(蘆沙) 기정진은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18세에 황룡면 아치실 마을로 들어왔다. 성리학의 6대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종2품 호조참판에 제수됐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국내 최초로 위정척사(衛正斥邪)의 논리를 설파한 병인소(丙寅疏)를 올렸다. 송사(松沙) 기우만은 기정진의 손자로 34세에 호남 유림의 종장으로 추대됐다. 단발령이 내려지자 을미소(乙未疏)를 올렸고 호남창의대장으로 추대되어 활동했다. 고종의 강제퇴위 소식을 듣고 은둔했고 건국훈장 국민장이 추서됐다.

성재(省齋) 기삼연은 기정진의 조카로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살해되자 조카 기우만과 함께 의병을 모집했다. 수련산(秀蓮山)에서 호남창의 회맹소를 구성하여 의병전쟁을 벌이다가 체포되어 총살형으로 순국했고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의재(毅齋) 기산도는 기삼연의 재종손(再從孫)이자 의병장 고광순의 사위이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매국 5적을 처단하기 위한 비밀결사대를 조직하여 활동하던 중에 체포되어 반신불수가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했고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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