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원교 이광사 특집 / 12 종손 이건창)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원교 이광사 특집 / 12 종손 이건창)

이건창은 덕천군 이후생의 후손으로 이조판서 이시원의 손자이자 이조참판으로 추증된 이상학의 아들이다 이시원은 병인양요 당시 76세의 나이로 ‘나라가 도탄에 빠졌을 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절명시를 남기고 순국했다

이건창은 육진팔광의 한 사람으로 최연소인 15세의 나이로 강화도 별시에 급제했다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4년이 지나서야 정7품 승정원주서로 벼슬을 시작했다 동지사 서장관으로 발탁되어 청나라에 다녀왔다

이건창은 암행어사가 되어 충청도 관찰사인 탐관오리 조병식을 탄핵하다가 도리어 평안도 벽동으로 유배됐다 다시 암행어사로 파견되어 탐관오리를 처단하며 선정을 베풀어 도처에 불망비가 세워졌다

이건창은 연이은 부모상으로 6년 동안 상복을 입었고 3정품 승정원 승지에 복위하며 다시 상소 사건에 휘말려 전라도 보성으로 유배됐다 친일내각이 갑오개혁을 단행하자 모든 관직을 버리고 강화도에 은둔했다

이건창은 종2품 관찰사에 제수되었으나 척양척왜를 주장하며 모든 벼슬을 거절했다 김홍집 친일내각에 협조하지 않아 다시 전라도 군산으로 유배됐다 해배되자 강화도로 돌아가서 당의통략을 남기고 47세에 요절했다

당의통략(黨議通略)은 김효원과 심의겸의 을해당론(乙亥黨論)부터 영조의 탕평책까지 붕당의 발생원인과 전개과정을 지은 2권 1책의 역사서이다 당의통략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사실들을 나열하여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서술한 당쟁사이다

술잔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살평상엔 먼지만 가득히 쌓였소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중문 안으로 들이지만
내 집에 있어도 손님만 같구려

이건창은 유배에서 돌아오자 이미 사망한 아내의 죽음을 보고 도망시(悼亡詩)를 남겼다 김택영은 우리나라 대문장가 아홉 사람을 여한구대가(麗韓九大家)라 하면서 최후의 대문장가로 이건창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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