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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병원에피소드특집 / 40 효도)

역사야톡 2021. 11. 16. 19:58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병원에피소드특집 / 40 효도)

딜릴리리리 딜릴리리리 딜릴리리리 계속 전화벨이 울린다 시골집 전화번호가 보인다

1환 : 엄마가 웬일인가?
문산댁 : 먼일 없이 잘 지내야

1환 : 응 별일 없어 엄마는 어쩐가
문산댁 : 허리가 아프다야

1환 : 그람 독천이나 구림 가서 엑스레이 찍어봐
문산댁 : 알았다 (뚝)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리면서 전화가 끊어진다

다시 시골집으로 전화를 했다

1환 : 왜 전화를 끄너분가
문산댁 : 잡놈아 엑스레이 찍으로 갈란다
1환 : 응 이쁘게 찍으소

다음날 서울에 사는 형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엄마가 너를 욕하더라면서 무슨 잘못을 했냐고 물었다 아무 잘못도 안 했다고 대답하고 어제 일을 복기했다 아무런 실수도 발견하지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금요일에 다시 형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에게 한번 내려가 보라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토요일이라 오전 근무를 하고 겸사겸사해서 영암으로 내려갔다

큰엄마 : 막둥이 니가 병원에 잇으닌까 느그 엄마는 좋것다야

1환 : 무슨 일 있어요?
큰엄마 : 느그 엄마는 니 덕에 에마레이 찍고 허리가 낫아부러서 그라지야

문산댁은 허리가 아파서 아들에게 전화하며 광주에서 MRI를 찍자고 할 줄 알았단다 그런데 막둥이는 구림장이나 독천장으로 가서 엑스레이 찍으라고 해서 화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로 전화해서 막둥이 욕을 했다고 한다

문산댁은 서운해서 구림에 있는 친정집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와서 광주가서 막둥이 덕에 에마레이 찍고 허리가 나았다고 큰엄마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그제서야 흩어졌던 퍼즐을 맞출 수 있었다

문산댁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된다 ‘내가 내려갈게 광주가서 MRI 찍어보세’라고 하지 못한 거짓말이 가슴 아프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천 냥의 빚을 지고 사는 사람은 무엇 때문에 빚을 지고 살고 있을까? 이자도 꽤 많았을 것이다 사채가 아니라면 다행이다 천 냥은 현재의 가치로 6,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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