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전라도] 가사문학특집 ④ 송강정과 정철
서일환 언론학박사·행복한요양병원 본부장
담양 송강정(潭陽 松江亭)은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송강정로에 있는 앞면 2칸 옆면 3칸의 팔작지붕 정자로 정철이 죽록정을 중수하여 송강정이라 일컬었다. 식영정(息影亭), 환벽당(環碧堂)과 더불어 대표적인 송강 정철의 유적이다. 앞면에는 '송강정(松江亭)'이라는 현판이, 옆면 처마에는 '죽록정(竹綠亭)'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정유재란 때 불타 빈터로 남아 있던 것을 1770년 후손들이 다시 건립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정자로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에 가운데 작은 방이 꾸며져 있다. 정자 옆에는 임금에 대한 충정을 표현한 사미인곡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다.
정철은 성산의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경치를 예찬하는 성산별곡(星山別曲)은 식영정(息影亭)에서 지은 가사이다. 서사, 춘원, 하원, 추원, 동원, 결사의 6단락으로 선조 임금을 사모하는 간절한 연군의 정을 표현한 사미인곡(思美人曲)과 임금을 그리는 심정을 여인의 대화를 빌려 은유적으로 노래한 속미인곡(續美人曲)은 송강정(松江亭)에서 지은 가사이다.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전후미인곡'이라고 불린다. 구운몽(九雲夢)과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를 저술한 김만중(金萬重)은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이 우리나라 최고이며 그중에서도 속미인곡이 최고'라고 평가했다.
송강정,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지어
1536년 정철은 정5품 돈녕부 판관 정유침(鄭惟沈)의 4남 3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첫째 누이가 훗날 12대 인종(仁宗)으로 즉위하는 세자의 후궁으로 간택되어 양제(良娣)로 봉작됐다. 정철은 첫째 누이를 만나기 위해 동궁(東宮)에 자주 출입하며 훗날 13대 명종(明宗)으로 즉위하는 경원대군(慶源大君)과 친하게 지냈다. 둘째 누이가 월산대군(月山大君)의 손자이자 9대 성종의 차남인 계림군(桂林君)의 후궁이 되었다. 1545년 을사사화(乙巳士禍)로 계림군이 역모죄로 거열형을 당하여 효수됐고 아버지는 함경도 정평으로, 큰형은 전라도 광양으로 유배됐다.
1547년 정철은 양재역 벽서사건으로 아버지가 경상도 영일로, 큰형이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됐다. 명종의 원자(元子) 탄생 기념으로 아버지가 사면되자 온 가족이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 전라도 창평으로 이주했다. 창평에서 김윤제(金允悌)와 임억령(林億齡)의 문하에서 김성원, 고경명 등과 동문수학하여 식영정에서 성산별곡(星山別曲)을 지었다. 정철은 진사시에 급제하여 사헌부지평을 시작으로 이이(李珥)와 함께 호당(湖堂)에 선발되어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하였다. 이조전랑으로 승진하여 인사권을 주도하다가 부친상과 모친상으로 시묘살이를 위해 사직했다.
정철, 문학인으로는 최고, 정치가로는 최악
1575년 정철은 복직하여 사림파가 동서로 분당되자 서인에 가담했다. 1580년 강원도관찰사로 임명되어 관동별곡을 유람하고 관동지방의 뛰어난 경치와 산수를 노래하는 관동팔경(關東別曲)과 백성들의 교화하는 내용의 훈민가(訓民歌) 등을 저술하고 방치되어 있던 단종의 묘를 수축했다. 정철은 성균관대사성, 전라도관찰사, 사헌부대사헌 등을 역임하다가 사간원과 사헌부의 탄핵을 받고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창평으로 돌아와서 4년 동안 은둔했다. 창평에 은거하며 송강정에서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人曲) 등 수많은 가사와 단가를 지었다.
1589년 정철은 정여립 모반사건이 일어나자 우의정으로 특배되어 국문을 주관하던 위관(委官)이 되어 기축옥사를 자행하여 정언신, 이발, 정개청, 최영경 등 동인 1,000여 명을 제거했다. 정철은 서인의 영수가 되어 좌의정으로 승진했고 인성부원군(寅城府院君)에 봉작됐다. 정철은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자고 주장하는 건저문제(建儲問題)로 선조의 미움을 받아 사헌부와 사간원의 탄핵으로 평안도 강계로 유배되어 위리안치에 처해졌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해배됐고 피난지에서 술에 취해 업무에 태만하여 비난을 받아 사직하여 강화도에서 은거하다 병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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