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55 / 아내, 비익조(比翼鳥)되고 연리지(連理枝) 되어 2)
지난봄에 집사람과 함께 시골에 내려갔다. 가끔 문산댁이 보고 싶고 형님 생각나면 시골에 내려간다. 큰형이 제수씨 집에 쌀이 있냐고 물어봤다. 쌀이 없다고 하면 살림을 못 하는 양아리 없는 여자가 될 것이고 쌀이 있다고 하면 쌀 한 가마니도 못 얻어 가는 반푼이가 될 것이다.
大환 : 제수씨 집에 쌀이 있소
아내 : 네 있습니다.
一환 : 아니 이 사람아 그렇게 대답하면 어떻게 한단가
아내 : 그럼 뭐라고 해요?
一환 : '다음 주까지는 먹을 수 있어요'라고 해야지. 형 다시 물어봐
大환 : 제수씨 집에 쌀이 있소
아내 : 조금 남았는데 다음 주까지는 먹을 수 있어요
大환 : 올라갈 때 쌀 한 가마니 가져갔쇼 잉
아내 : 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一환 : 이 사람아 이렇게 말해야 쌀 한 가마니 얻어가제
아내 : 네
IMF로 모두가 힘든 시절이자 아직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백수로 지내고 있을 무렵 문산댁의 칠순 잔치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큰형은 소를 잡고 홍어를 사서 동네잔치를 열고 작은형은 오백만 원의 용돈을 드린다면서 그냥 칠순 잔치에 참석만 하라고 하였다.
백수인 막둥이는 단돈 십만 원은커녕 잔치가 열리는 시골집에 내려가는 것도 힘든 시기였다.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을 무렵 아내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혹시 우리가 결혼식 때 주고받은 결혼반지를 끼지도 않고 서랍에 있는데 그것을 녹여서 어머니 칠순 잔치에 가락지를 해주면 어떻겠어요"라고 하였다.
문산댁은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막둥이 며느리가 끼워준 커다란 금반지가 절반으로 닳아질 때까지 끼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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