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79 / 편식(偏食)은 보약보다 좋다 2)
어릴 때는 형이나 아제의 결혼이나 당숙모나 할머니의 장례는 그 집 마당 가운데에 채일을 쳐놓고 옆에서 떡을 치고 돼지를 잡아 고기를 삶고 국을 끓이면서 잔치를 하였다. 그런데 결혼, 제사, 상가 등에서 음식을 먹고 오거나 설날 세배를 다니면서 음식을 먹으면 목이 아파서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동네 할머니는 귀신에 씌어서 그런다면서 사람 모인 곳에 다니지 말라고 하셨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후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갓집에 갔었다.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우고 한 곳에서는 화투를 하고 한 곳에서는 윷놀이를 하였다. 나는 상갓집을 다녀가면 온몸이 아프다고 말하였고 그네 할아버지 한 분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토란 알레르기라며 육개장을 먹지 말라고 말씀했다. 시골 촌노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육개장을 먹지 않았다.
처음으로 상갓집에 다녀와서 몸이 아프지 않았다. 얼마 후 비빔밥을 먹는데 토란이 있어서 빼고 먹었고 다시 얼마 후 양탕을 먹는데 토란이 있어서 빼고 먹었다. 정말로 토란을 먹지 않자 목이 아프지 않았다. 언제가 오리탕 골목에서 오리고기를 먹고 목이 아팠다. 다음날 전화를 해서 토란을 넣었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오리탕에는 토란을 넣는다고 하였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토란을 먹어서 목이 아프다고 하였더니 토란 줄기 때문에 알레르기가 많다고 하였다. 문득 상갓집에서 시골 촌노의 말씀을 생각했다. 노인이 쓰러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을 진실임을 느꼈다. 그날부터 토란이 없는 곰탕, 생선 등은 잘 먹고 토란이 있는 육개장, 국밥 등은 안 먹는 편식은 생겼다. 뭐든지 잘 먹는 것보다 좋은 것만 먹는 편식은 건강에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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