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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전라도] 가사문학특집 ⑤ 명옥헌 원림과 오희도

역사야톡 2024. 5. 3. 19:54

[역사 속 전라도] 가사문학특집 ⑤ 명옥헌 원림과 오희도

서일환 언론학박사·행복한요양병원 본부장

정원(庭園)은 궁궐, 사찰, 사원, 주택 등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계곡, 동산 등에 인공적으로 정자를 짓고, 연못을 파고, 나무를 심어 만든 공간이다. 중국 정원은 인공적으로 신선 세계를 재현한 분경식 정원이고 일본 정원은 자연경관을 인공적으로 조성한 그림 같은 정원이다. 한국 정원은 자연 상태의 계곡 숲에 정자나 연못을 만들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룬 자연 친화적 정원이다.

원림(苑林)은 자연에 인공을 가하여 정자를 짓고 꽃과 나무를 심어 생활 공간으로 창덕궁 후원, 보길도 부용동 원림, 강진 백운동 원림, 담양 명옥헌 원림 등이 있다. 헌(軒)은 대청마루가 널은 건물로 공무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복궁의 원길헌, 창덕궁의 흥복헌, 창경궁 영춘헌 등이 있고 처마가 깊은 집으로 개인의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강릉 오죽헌, 청송 오의헌, 담양 명옥헌 등이다.

명옥헌, 옥구슬이 부딪히고 흩어지는 소리

담양 명옥헌 원림(潭陽 鳴玉軒 苑林)은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후산마을에 위치하며 명승 제58호로 지정됐다. 명옥헌은 조선 중기 명곡(明谷) 오희도(吳希道)가 은거했던 곳에 아들 오이정(吳以井)이 조성했고 오희도의 증손자 오대경(吳大經)이 중수했다. 오희도(吳希道)는 광해군 때 예문관검열(藝文館檢閱)을 역임했고 동서붕당에 환멸을 느끼고 낙향하여 서재를 짓고 은둔했다.

능양군이 반정을 꿈꾸며 인재를 모으기 위해 후산(后山)을 방문하여 오동나무와 은행나무에 말고삐를 매어두고 오희도와 더불어 반정을 도모했다. 능양군이 인조반정이 성공하여 인조를 즉위하자 오희도는 다시 벼슬에 나갔다. 오희도는 1년 만에 40세의 나이로 요절했고 정3품 도승지로 증직됐다. 오동나무는 고사해서 사라졌고 은행나무는 ‘인조의 계마행(繫馬杏)’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오이정(吳以井)은 서재가 있던 자리에 명옥헌을 짓고 계곡물이 윗 연못을 채우고 다시 아래 연못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옥구슬이 부딪히고 흩어지는 소리와 같다고 하여 명옥헌(鳴玉軒)이라 명명했다. 오대경(吳大經)이 퇴락한 명옥헌을 중수하고 꽃이 피면 열흘 만에 떨어지고 백일 동안 피고 지는 배롱나무를 심었다. 우암 송시열은 후산마을을 찾아와 명옥헌이라는 글씨를 바위에 남겼다.

자미탄(紫薇灘), 붉은 백일홍이 핀 여울

배롱나무(L. indica)는 부처꽃과 낙엽소교목으로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고 하여 백일홍(百日紅), 자미화(紫薇花) 등으로 불렀다. 줄기를 간지럽히면 가지가 흔들어 진다고 하여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증암천(甑巖川)은 무등산 원효계곡에서 발원하여 소쇄원, 취가정, 환벽당, 식영정, 명옥헌 등 수많은 정자를 지나 영산강에 합수하는 하천으로 '붉은 백일홍이 핀 여울'이라는 뜻으로 자미탄(紫薇灘)이라 부른다.

자미탄 인근에는 맑고 깨끗하다는 양산보의 소쇄원(瀟灑園), 취해서 억울함을 노래한다는 취가정(醉歌亭), 푸름을 사방에 가득 둘렀다는 김윤제의 환벽당(環碧堂), 그림자가 쉬어간다는 임억령의 식영정(息影亭) 등이 연이서 자리했다. 면앙정 송순, 사촌 김윤제, 소쇄 양산보,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송강 정철 충장 김덕령 등 수많은 선비들이 자미탄에서 풍류를 즐기면서 시대를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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