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2 / 광주에서 자취를 시작하여 2)

역사야톡 2024. 7. 15. 19:47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2 / 광주에서 자취를 시작하여 2)

전라남도 광주시에서 시작하는 자취생활은 너무나 황홀했다. 좁디 좁은 단칸방에 공동화장실을 사용했지만, 우물물 대신 수돗물을, 아궁이불 대신 연탄불을, 검은 보리밥에서 흰색 쌀밥으로 변모하는 자취생활이 너무 좋았다. 자취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연탄이 꺼지는 문제였다. 꺼지는 연탄보다 살리는 번개탄이 많이 들었다. 당시에는 가스렌즈 냉장고 세탁기 TV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할 아득한 시대였다.

할머니가 광주 자취방에 올라 오셔서 밥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고향 집에 쌀을 가지러 내려 갔다가 쌀 한 가마니와 생닭을 붉은 모자기에 싸서 가지고 올라왔다. 할머니는 가져오라는 쌀은 안 가져오고 무슨 찹쌀하고 콩, 팥, 녹두, 참깨, 참기름을 가져왔다고 하신다. 누가 붉은 보자기를 착각하고 가져간 것이다. 덕분에 찹쌀을 쌀로 바꾸고 콩, 팥, 녹두, 참깨를 팔아 통닭과 돼지고기를 사서 먹었다.

시골 출신들은 자취생이거나 기숙사생이다. 자취생은 보통 작은방 하나에 연탄 아궁이가 있는 단칸방에 사글세로 살고 부잣집 아들은 방이 두 개인 상하방을 전세로 산다. 사글세는 목욕탕은커녕 재래식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며 10달 방값을 한꺼번에 미리내고 기간이 끝나면 이사를 가거나 사글세 값을 올려서 계속 살 수 있다. 학교 인근인 오치동, 매곡동, 용봉동 등 걸어서 통학할 거리에서 자취를 한다.

가끔은 시내버스를 타고 충장로로 나가서 삼양백화점에서 상추 튀김을 먹고 사직공원에서 동물을 구경하기도 하였다. 상추 튀김은 상추를 튀기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 튀김이나 오징어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는 것이다. 더러는 지산유원지나 증심사 계곡에 가서 막걸리를 사서 먹기도 하였다. 한 달에 한 번은 영암에 다녀오기도 하였고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기도 하였다.

#서일환의역사야톡 #서일환의역사이야기 #행복한요양병원 #나의삶나의인생특집 #자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