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23 / 천하의 불효자(不孝子)가 되어 1)

역사야톡 2024. 8. 13. 19:54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23 / 천하의 불효자(不孝子)가 되어 1)

어느 날 큰형이 처음으로 면회를 와서 잘 견뎌야 한다는 짧은 말을 하며 눈물만 흘리고 돌아갔다. 문득 어머니와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들 공장에서 생활하다가 대학에 들어갔다고 동네에 자랑했었다. 기계공고에서 전남대까지 입학하여 장학생으로 다닌다고 동네방네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학생들 데모하는 뉴스를 보면 우리 아들은 군위탁 장학생이라 걱정이 없다고 하셨다.

며칠 후 어느 날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 스산하고 귀뚜라미 소리 요란한데 책을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했고 지독하게도 잠도 오지 않았고 잠시 잠들면 악몽을 꾸었다. 열두시반, 한시, 한시반, 그리고 차소리가 들리는 않은 다섯시 반은 들었는데 여섯시 종소리를 듣지 못하고 잠시 잠이 들어 악몽으로 깨어났다. 문산댁이 처음으로 교도소에 면회를 오셨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마냥 울고만 계신다.

-아들 : '엄마 자랑스러운 아들을 두었는데 울긴 왜 울어' 하였다
-문산댁 : 그럼 눈물이 나지 않것냐 이 오살놈아
-아들 : 엄마 큰 죄짓지 안았슨께 그 방 나간단께
-문산댁 : 그게 아니라 데레비에 수갑찬 니를 보고 느그 아브지가 죽어브러써야

-아들 : 괜찮아 누구나 한번은 죽어
-문산댁 : 염뱅할 놈아 인자 으뜨게 살아야 쓰끄나
-교도관 : 이제 시간됐습니다

문산댁은 교도관에게 이끌려 나가고 철문이 꽝하고 닫힌다. '느그 아브지가 죽어브러써야' '느그 아브지가 죽어브러써야' '느그 아브지가 죽어브러써야' 라는 말을 몇 번이고 생각했다. 회갑을 막 넘으신 젊디젊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이다. 하늘이 노랗고 눈앞이 깜깜했다. 지옥이 보이는 듯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가 다가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큰소리로 소리쳤다.

#서일환의역사야톡 #서일환의역사이야기 #행복한요양병원 #나의삶나의인생특집 #불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