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45 / 재야(在野)에서 만난 어른들 2)
어느 5.18 부상자는 틈만 나면 오민련 간사인 나에게 유서를 써달라고 졸랐다. 결국 '五.一八 負傷者 張*煥은 英靈을 代身하여 義淵하게 鬪爭할 것을 盟誓합니다.'라고 한문으로 선언문을 작성해 주었다. 며칠 후 사무실로 전화로 '도청 앞이다 안녕~'하고 전화를 끊었다. 도청 앞에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할복을 하였다. 다행히 전대병원으로 옮겨 생명은 구했으나 결국 몇 년 후에 사망했다.
어느 5.18 부상자는 알콜 중독으로 살아가지만 술이 깨면 천사였다. 5.18 추모기간에 김밥을 사서 먹겠다면 5천 원을 빌려갔다. 빌려간 돈으로 휘발유를 사서 동부경찰서로 달려가서 머리부터 휘발유를 붓고는 분신을 시도했다. 다행히 경찰의 지혜로 분신에 실패했다. 다음 날 찾아와서 머리에 휘발유는 붓지 않아야 한다며 경험담을 자랑했고 결국 몇 년 후에 사망했다.
어느 5.18 부상자가 5월 초에 병원에 입원하여 5월 17일 저녁 맥주를 사달라고 하였다. 5월 18일 아침에 출근해서 병실로 찾아갔는데 새벽에 행사 관련자에게 사연을 설명했다. 김종필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던 중에 부상자가 신나를 몸에 붓고 일어서자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조용히 수습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청와대 경호실에서 부상자 주변에 다섯 명의 경호원이 대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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