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70 /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혜시(惠施)는 전국시대 송나라 출신으로 위나라에서 활동한 정치가이자 제자백가 중 명가(名家)의 대표적인 사상가로 혜자(惠子)라고 불렸다. 장자(莊子)는 전국시대 송나라 출신으로 제자백가 중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사상가로 노자(老子) 사상을 계승하여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장자가 혜시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를 받고 혜시집에 갔다가 혜시의 장서를 보고 '혜시는 학식이 다방면이고 읽은 책의 분량이 다섯 수레이다'라며 '혜시다방기서오거(惠施多方其書五車)'라고 하였다.
당나라 시인 두보가 백학사(柏學士)의 이엉집을 방문하여 지은 題柏學士茅屋(제백학사모옥)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 '남아로서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을지니라'라는 뜻으로 男兒須讀五車書(남아수독오거서)라고 하였다. 오거서(五車書)는 죽간(竹簡)이나 목간(木簡)에 기록한 다섯 수레의 책을 말한다.
누구는 300권이라 하고 누구는 3,000권이라 한다. 두보(杜甫)와 이백(李白)은 당나라 중기에 쌍벽을 이룬 대시인으로 이백이 시선(詩仙)이라면 두보는 시성(詩聖)이라고 하였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남긴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어떤 책은 맛만 보면 되고 또 어떤 책은 꿀꺽 삼켜야 하지만 또 다른 일부의 책들은 꼭꼭 씹어서 소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였다.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한 조선의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정독(精讀) 질서(疾書) 초서(抄書) 삼박자 독서법을 강조했다. 정독은 글을 꼼꼼하고 자세하게 읽는 방법이다. 질서는 메모하며 읽는 방법이다. 초서는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은 다음 손으로 읽는 방법이다.
시인 김득신(金得臣)은 김시민(金時敏)의 손자이며 김치(金緻)의 아들로 어려서 천연두를 앓아 총명하지 못했다. 밥을 먹을 때도, 걸을 때도, 부인의 장례 때도 책을 놓지 않고 독서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의 백이열전(伯夷列傳)을 11만 3천여 번이나 읽었다. 59세에 성균관에 입학하여 종2품 가선대부에 올랐다.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를 집필한 극작가 신봉승(辛奉承)은 교양인이 되기 위해 문학서적 300권, 역사서적 200권, 철학서적 100권 등 '문사철(文史哲) 600'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자와 두보는 오거서(五車書)라고 하였지만, 필자는 십거서(十車書)는 하였다. 오거서가 3,000권이면 십거서는 6,000권이고 1권에 15,000원이라면 지금까지 9,000만 원은 될 것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예술 등 닥치지 않고 책을 읽었다.
학창 시절은 물론 백수생활 10년과 병원생활 4반세기 동안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소통했다. 책 없는 백만장자보다 책 읽는 청빈한 선비가 되고 있다. 책 속에 길이 있기 때문이다
#서일환의역사야톡 #서일환의역사이야기 #행복한요양병원 #나의삶나의인생특집 #남아수독오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