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인조 특집 1 ‘재조지은’)
재조지은(再造之恩)은 임진왜란 때 망해가던 조선을 명나라에서 군대를 보내 다시 세워준 은혜라는 뜻이다 조선은 제후국인 명나라에 조공을 바쳤으며 명나라는 조선 국왕을 책봉하는 군신관계를 유지했다
명(明)은 1368년 개국하여 중화주의에 입각한 주변국을 조공-책봉 체제로 편입했다 3대 영락제 때 최고 전성기에 이어 4대 홍희제와 5대 선덕제는 ‘인선의 치(仁宣之治)’를 이루었다
명은 북쪽의 몽골족의 침입과 남쪽의 왜구의 침입 그리고 환관이 발호했다 6대 정통제가 몽골족 오이라트부의 포로가 된 ‘토목의 변’을 계기로 명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13대 만력제는 정사를 환관에게 일임하고 국사를 돌보지 않아 혼란에 빠졌다
선조는 ‘조그만 나라 조선을 다시 세워줄 희망’이라는 뜻으로 명나라 장수 조승훈(祖承訓)에게 ‘소방재조지망’(小邦再造之望)이라고 표현했다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이 평양성을 수복하자 ‘재조지은’(再造之恩)이라고 표현했다
선조는 즉위부터 극심한 당쟁으로 민심이 이반했고 임진왜란 당시 도성을 버리고 요동으로 망명을 시도하여 권위는 땅으로 추락했다 선조는 위기의 돌파구를 오로지 명군(明軍)의 참전에서 찾았다
이순신을 투옥하고 김덕령을 처형하고 곽재우를 유배 보내 백성들의 분노는 하늘로 올라갔다 선조는 누란의 극복을 조선의 관군과 의병의 공로를 평가절하하고 오로지 명군의 공로로 돌렸다
의주몽진과 요동내부를 도피가 아니라 명군을 불러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포장했다 몽진은 머리에 먼지를 뒤집어써가면서 도망친다는 뜻이며 내부는 나라를 버리고 망명한다는 뜻이다 의주로 도망가서 요동으로의 망명은 명의 거부로 좌절됐다
만력제가 왜군에 맞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조선에 군대를 파병하여 위기의 조선을 도와줬다 하지만 명의 군대파견은 조선과 명의 군신관계에서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인조의 재조지은은 반정의 명분으로 악용한 것에 불과했다
17세기 쇠퇴하는 명과 흥기하는 청을 사이에 두고 조선의 광해군은 중립외교를 펼쳤으나 반정으로 권력을 잡은 서인정권은 친명배청(親明排淸) 노선을 고수하여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자초했고 조선은 300년 동안 청의 속국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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