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인생 특집 25 / 아버지 임종도 못보고, 장례도 못가고 1)
산골정 앞마당에 채 일을 치고 홍어를 잡고 돼지를 삶아 문상객을 받았다고 한다. 모두가 문산양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물었고 한결같이 막둥이가 데모하다가 징역 가서 충격에 돌아가셨다고 하였단다. 막둥이는 장례식에도 오지 못하는 아버지 죽인 놈이라고 욕을 하고 홍어를 씹었다고 한다. 그래도 몇 사람은 그놈이 사상이 먼지 이념이 먼지 착한 놈이 전과자 되었다고 걱정도 했다고 한다.
전남대학교 본부에서 학생처장이 통학버스 두 대를 제공해서 100여 명의 선배, 친구, 후배들이 산골정에 다녀갔다고 한다. 붉은 머리띠를 두른 사람이 소리를 치면 모두가 따라 소리치고 노래를 선창하면 모두가 주먹을 하늘로 올렸다가 내렸다 하면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수백 명의 경찰이 와서 장례식장 조문은 하지 않고 학생들을 지켜만 봤다고 한다.
무심하게 독감에도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그러는 사이에 법원을 몇 번 다니면서 재판을 받아 석방이 되었다. 싸늘한 겨울에 반팔 상의를 입고 교도소 문을 박차고 나오는 기쁨보다 아버지 묘소만 생각하며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선배, 친구, 후배들이 배웅을 나왔고 큰형과 형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산골정으로 내려가서 아버지 묘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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