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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식민지 예술인 특집 / 9 김영한이 사랑한 ‘백석’)

역사야톡 2020. 1. 27. 19:56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식민지 예술인 특집 / 9 김영한이 사랑한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山) 깊은 금덤판 /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十年)이 갔다. /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이 남긴 시 ‘여승’이다

 

시인 백석(白石)은 평북 정주 출신으로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그 모(母)와 아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토속어를 구사하며 향토적인 감성과 민족적인 사상을 담았다 분단 이후 북한에 남아 김일성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여승(女僧)'은 일제 강점기에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식민지 백성을 그렸다 지아비는 광산에서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마저 돌무덤이 되었다 여인은 가족을 잃고 머리를 깎고 한 많은 속세를 떠나 여승이 되었다

 

백석은 해방이 되자 북한으로 돌아가서 금기의 인물이 되었고 백석의 아름다운 시는 잊혀졌다 하지만 식민지 백성의 고통을 표현한 여승은 아련할 뿐이다 백석이 사랑했고 백석을 사랑했던 연인 김영한이 남긴 길상사에 두 사람의 사랑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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