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전업주부)

역사야톡 2020. 3. 6. 19:57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전업주부)

 

옛날에는 불편함이 많기 때문에 화장실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고 하였다 요즘은 편리함이 많기 때문에 화장실과 처갓집이 가까울수록 좋다고 한다 최근에는 화장실은 문화수준을 의미하고 처갓집은 경제능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싱크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밥을 하라고 하면 죽을 만들고, 빨래를 하라고 하면 퐁퐁을 넣어 거품을 만들었다 설거지를 하라고 하면 멀쩡한 접시 하나를 깨뜨렸다 결국 싱크대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하였다 먹고살기 위하여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지 않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제는 전업주부처럼 몇 가지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오늘은 직접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김치를 자르고 청소기도 돌렸다

 

하늘의 닭, 육지의 삼겹살, 갯벌의 쭈꾸미, 바다의 흑산도 홍어까지 넣어서 임금탕을 끓여 먹었다 물론 혼자 끓이고 혼자 먹었다 ‘왜 혼자 먹었냐?’라고 묻고 싶나요? 그럼 ‘당신 같으면 같이 먹고 싶겠냐?’라고 되묻고 싶다

 

홍어의 특유한 맛, 삼겹살의 부드러움, 쭈꾸미의 쫄깃함, 닭의 단백함이 조화를 이룬다 임금탕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임금탕을 먹어 본 사람도 다시 먹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

 

하지만 게으른 사람이 발명을 한다고 하였다 방바닥에 누워서 금성 텔레비전 채널을 발가락으로 돌리던 그 청년이 리모컨을 만들었고 부채를 흔들다가 땀을 흘리던 게으른 처녀가 선풍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얼마 전 라면에 홍어를 넣어 먹었던 것은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임금탕의 레시피는 실패다 임금탕도 무엇을 더 넣고 무엇을 빼면 황제탕이 될 것이다 임금탕이 황제탕이 될 때까지 도전은 계속된다

 

#서일환의역사야톡 #서일환의역사이야기 #전업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