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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전라도] 이선제의 괘고정수와 정철의 기축옥사

역사야톡 2020. 3. 12. 19:56

[역사 속 전라도]이선제의 괘고정수와 정철의 기축옥사

 

서일환 <역사 칼럼니스트>

 

이선제는 권근의 문인으로 문과에 급제하여 ‘태종실록’의 편찬에 참여했다. 종2품 강원도관찰사와 호조참판을 역임했고 하정사(賀正使)가 되어 명나라에 다녀왔다. 문종이 즉위하자 종2품 예문관제학으로 승진하여 ‘고려사’를 개찬했고 서북군제를 정비하고 국가재정을 확보했다.

 

이선제는 노홍준이 애첩을 가로챈 광주목사를 구타하여 광주목에서 무진군으로 강등되자 상소를 올려 다시 목(牧)으로 환원시켰다.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서 필문정사를 짓고 후진을 양성하고 광주에서 처음으로 향약(鄕約)을 실시하여 풍속을 순화했다.

 

이선제가 사망하자 포충사 뒤쪽 산기슭에 묘지(墓誌)와 함께 부조묘와 신도비(神道碑)를 세웠다. 묘지는 죽은 사람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묻는 도판을 말한다. ‘분청사기상감 이선제 묘지’는 1998년 밀매단에 의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다. 2017년 불법인지 모르고 구입했던 일본인 소장자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문화재청은 보물 제1993호로 지정했다.

 

부조묘는 왕의 허락으로 나라에 공훈이 있는 사람의 신위를 모시고 영구히 제사지내도록 하던 사당이다. 신도비는 정2품 이상의 뚜렷한 공업과 학문이 뛰어나 후세의 사표(師表)가 될 때 묘 앞에 세운 비석이다.

 

▲괘고정수, 북(鼓)을 걸고(掛) 축하연

 

괘고정수(掛鼓亭樹)는 필문(畢門) 이선제(李先齊)가 광주광역시 남구 만산마을에 심은 왕버들로 수고 15미터, 직경 1.7미터, 수령 600여 년의 노거수(老巨樹)이다. 이선제는 ‘왕버들 나무가 죽으면 가문도 쇠락할 것이다’고 예언했다.

 

이선제의 후손들은 과거에 급제하면 왕버들에 급제자의 이름과 북(鼓)을 걸고(掛) 축하연을 열었다. 이선제를 시작으로 1세손인 이시원, 2세손인 이달손, 3세손인 이공인, 4세손인 이중호, 5세손인 이발과 이길이 대를 이어 과거에 합격하여 괘고정수에 북을 울렸다.

 

이선제의 5세손인 이발(李潑), 이길 형제가 기축옥사에 연루되어 노모와 어린 아들과 함께 죽임을 당하자 왕버들의 잎이 마르고 나무가 죽었다. 훗날 형제의 억울함이 밝혀지자 왕버들이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기축옥사는 정여립이 모반을 꾸민다는 고변으로 정여립과 관련된 동인 1000여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서인의 영수인 정철이 동인의 영수인 이발을 비롯해 최영경, 정개청 등을 처형했고, 이산해, 정인홍 등은 관직에서 물러났다.

 

이발은 이선제의 후손이자 이중호의 아들이며 윤선도의 고모부이다.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정3품 대사간으로 승진했다. 이길은 이발의 동생으로 문과에 2등으로 급제하여 정4품 응교로 승진했다.

 

이발과 이길 형제는 기축옥사로 옥중에서 사망하여 재산은 몰수됐고 이발의 82세의 노모와 10세의 아들도 함께 사망했다. 이발과 이길 형제는 인조 때 신원되어 관작이 복원됐고 숙종 때 정문(旌門)을 세워 절개와 행실을 기렸다.

 

▲이발·이길 형제 기축옥사로 사망해

 

정철은 명종의 처남으로 시인이자 문신으로 기축옥사 당시 위관(委官)에 특배되어 옥사를 빙자해 1천여 명의 동인들을 처형한 공로로 평난공신에 책록됐다. 건저사건으로 유배됐고 임진왜란으로 해배됐다.

 

정철이 강화도로 낙향하여 사망하자 다시 탄핵을 받아 관작이 추탈됐다. 광해군의 특별 배려로 신원되어 관작이 복구됐다. 정철은 문학은 최고라고 칭송을 받았지만 인품은 최악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호남은 기축옥사로 반역향으로 지목되어 인재 등용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았다. 당시에 ‘다시 호남에서 인재가 나오려면 400년은 지나야 한다’는 말이 회자됐다.

 

하지만 호남은 임진의병, 항일의병, 광주학생독립운동, 5·18 민주화운동 등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면 언제나 목숨을 걸고 일어났던 의로운 고장이다.

 

필문 이선제를 기리기 위해 서방사거리에서 시작하여 산수5거리, 지산4거리, 조대선정문을 거쳐 남광주4거리까지 필문로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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