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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정약용의 ‘애절양’)

역사야톡 2020. 4. 4. 19:59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정약용의 ‘애절양’)

 

갈밭마을 젊은 아낙 울음소리 서러워라 

현문 향해 울부짖다 하늘에다 호소하네

군대 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하는 일은 있어도

자고로 사내가 제 양물 잘랐단 소린 못 들었네

시아버지 상은 이미 지났고 갓난애는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이 집 삼대 이름이 군적에 모두 올랐네

억울함 하소연하려해도 관청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관원은 으르렁대며 소마저 끌고 가네

남편이 칼 갈어 방에 드니 흘린 피 흥건하고

 

스스로 한탄하길 애 낳은 게 죄로구나!

누에방에서의 불알 까는 형벌도 억울하고

민나라 사내아이 거세도 가엾은 것이거늘

자식 낳고 사는 건 하늘의 이치여서

하늘과 땅의 도리로 사내 되고 계집 되건만

불알깐 말, 불알깐 돼지도 오히려 가엾다 말하거늘

 

하물며 백성이 후손 이을 생각에 있어서야!

부자들의 풍악소리는 그칠 줄 모르면서   

쌀 한 톨, 베 한 치 바치지 않는구나

다 같은 백성인데 어찌 이다지 불공평한가 

객창에 앉아 시구편만 거듭 읊노라

 

다산 정약용이 전남 강진에 유배 중에 있을 때 남긴 ‘슬프도다, 양물을 자르다니’라는 뜻의 애절양(哀絶陽)의 일부이다 정약용은 신유박해로 경상도 장기로 유배됐고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강진으로 이배되어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였다

 

태어난 지 3일 된 아들이 군적(軍籍)에 올랐다 관원이 군포 대신 소를 빼앗아 끌고 갔다 남편이 ‘내가 이 물건 때문에 이런 재앙을 겪는구나’라며 칼을 뽑아 자신의 양물을 대신 잘랐다

 

아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편의 양물을 가지고 관가에 가서 울면서 호소하자 문지기가 막았다 하지만 양반들은 일 년 내내 풍류를 즐기면서 세금 한 톨도 내지 않았다 정약용은 기막힌 사연을 목격하고 ‘애절양’을 남겼다

 

황구첨정은 16세에서 60세까지 양인 남정을 대상으로 하는 군포를 어린아이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를 강제로 내게 하는 폐단을 말한다 백골징포는 죽은 사람을 군적에 올려놓고 강제로 세금을 거둬들인 폐단을 말한다

 

첩역은 한 사람이 두 사람 이상의 군포를 내는 것을 말하고 인징은 부랑민이 된 자의 군포를 이웃에게 강제로 납부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족징은 군역을 피하여 도망간 자의 군포를 친척에게 강제로 납부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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