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44가지)
오늘은 집안에서 결혼도 못하고 비총각으로 살아가던 삼촌이 결혼을 하는 날이다 젊어서 앞동네와 뒷동네의 아가씨들 좋은 일을 많이 시켜줄 때부터 결혼 못할지 알아봤다 그런데 외국 한 번 나가지 못했어도 처갓집은 비행기를 타야 갈 수 있게 되었다
-당숙 : 아야 오늘 거시기 삼춘 결혼식 한지 알지야
-나 : 네 알고 있습니다
-당숙 : 결혼식에 서울에서 거시기도 내려온다고 그라드라
-나 : 거시기도 오면 저는 안 갈랍니다
오늘은 학창시절 추억을 함께했던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다 1학년 때는 교복 모자 가방 운동화까지 통제했다 2학년 때는 모자 가방 운동화가 자유였다 3학년 때는 교복까지 자유였다 하지만 세상은 폭압으로 통치했다
-친구 : 아야 오늘 동창회 한지 알지야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보자
-나 : 그래 알앗써야 해너머가면 보자 잉
-친구 : 아야 거시기도 오늘은 온다고 그라드라
-나 : 거시기 오면 나는 안 갈란다
오늘은 오랜만에 시골 친구들이 함께 하는 곗날이다 얼마 전에 동창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갓집에 문상을 갔는데 상주가 술을 산다고 한다 친구 아버지는 노름을 좋아해서 다방 아가씨 좋은 일 많이 시켜준 덕분에 친구가 고생이 많았다
-동창 : 아야 아부지 초상친데 와줘서 고맙다야
-나 : 니가 고생이 많았지야
-동창 : 오늘은 내가 한잔 쏠게 와라잉 참 거시기도 온다고 그라드라
-나 : 거시기도 오면 안 갈란다
결혼식, 동창회, 계모임에 가려고 마음까지 먹었는데 거시기가 나온다고 하면 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물론 여러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나의 성격도 문제지만 친척 거시기, 동창 거시기, 친구 거시기 얼굴을 보기 싫어서 나가기 싫어진다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보면 ‘거시기’들의 공통점이 있다 화담 서경덕이 천하의 황진이를 거절한 이유는 자기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거시기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잘난 척'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통상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허세를 부리거나 남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한다 소위 애정결핍에 의한 관심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전라도 표준말로 ‘44가지 없다’고 한다
4년 동안 국회에서 44가 없이 ‘잘난 척’하던 보기 싫은 사람들을 지켜봤다 이번 선거에서 신중하게 선택하여 4년 동안 44가지 없이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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