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곗날)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모임, 저런 모임, 다양한 모임을 가지게 된다 '회(會)' 또는 '계(契)'라고 한다 회는 어떤 목적을 위한 회원들의 모임을 말하고 계는 돈이나 곡식을 모아 친목을 도모하고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다
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의참석과 회비납부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애경사 때 지출이다 경조사(慶弔事)는 경사스러운 일과 궂은일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계에서 싸움은 꼭 애경사의 지출 때문에 생긴다
‘본 회는 ’홀둘목회‘라고 한다 홀수 달 두 번째 목요일에 모임을 하며 매년 마지막 모임에서 회장과 총무를 선출한다 회비는 월 5만원이고 애경사에 별도 규정에 따라 지급한다 회비를 3회 납부하지 않으면 제명한다’라고 회칙에 규정됐다
회칙에서 가장 말이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애경사에 관한 조항이다 통상 양가 부모상, 본인 및 자녀 결혼 등 애경사에 화환이나 봉투를 지급한다 얌체들은 재혼은 물론 어머니결혼과 새장모상 심지어 재혼녀의 자녀까지 곗돈을 타 먹는 친구도 있다
-총무 : 회장은 좋겄쏘 부모 장인 장모도 있고 결혼 안 한 자식이 셋이나 있어서 허벌나게 돈 많이 챙기겠소
-돌씽 : 총무 너는 그래도 부모님이라도 있는지야 나는 처갓집도 없고 하나뿐인 딸도 결혼을 안 한다고 해븐지야
-노총각 : 느그들은 부모도 있고 애기들도 있지만 나는 부모도 없고 장인 장모도 없고 자식도 없고 마누라도 없어서 곗돈 한 번 못 타먹고 돈만 내야 하냐
-회장 : 그럼 느그들도 장인 장모에게 이혼하고 재혼을 하시라고 하든가 아니면 아들 딸에게 몇 번씩 결혼하라고 해브러라
요즘은 곗돈 때문에 싸움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경사는 총 몇 회까지만 지급하고 한 번도 못 탄 회원에게는 몇 년에 한 번씩 지급하는 방법을 선택한다고 한다 오늘은 회비만 내고 본전 뽑는 곗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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