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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안중근 10 안중근의 '가족들')

역사야톡 2020. 7. 2. 19:58
(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안중근 10 안중근의 '가족들')

<분도 어머니에게 부치는 글>
예수를 찬미하오. 우리들은 이 이슬과도 같은 허무한 세상에서 천주의 안배로 배필이 되고 다시 주님의 명으로 이제 헤어지게 되었으나 또 머지않아 주님의 은혜로 천당 영복(永福)의 땅에서 영원에 모이려 하오.

반드시 감정에 괴로워함이 없이 주님의 안배만을 믿고 신앙을 열심히 하고 어머님에게 효도를 다하고 두 동생과 화목하여 자식의 교육에 힘쓰며 세상에 처하여 심신을 평안(平安)히 하고 후세 영원의 즐거움을 바랄 뿐이오.

장남 분도를 신부(神父)가 되게 하려고 나는 마음을 결정하고 믿고 있으니 그리 알고 반드시 잊지 말고 특히 천주께 바치어 후세에 신부가 되게 하시오.

많고 많은 말을 천당에서 기쁘고 즐겁게 만나보고 상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을 믿고 또 바랄 뿐이오.

1910년 경술 2월 14일
장부 도마 올림

*안중근 의사가 사형언도를 받고 부인 김아려에게 보낸 유서이다

김아려는 1909년 두 아들만 데리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했다 김아려는 해방이 되었지만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 상하이에서 사망했다 장남 안분도는 어려서 일제에 의해 독살됐고 차남 안준생은 일제의 탄압으로 변절했다

'제 부친께서 어리석은 생각으로 당신의 아버님을 죽게 만들었는데 이에 아들로서 아버지의 오만방자한 만행을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안중근 의사의 아들 '안분생'이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이토 분키치'에게 사과했다

'망부의 사죄는 보국의 정성으로 이토공 영전에 고개 숙이다, 운명의 아들 안중생'이라는 제목으로 1939년 10월 16일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경성신문에 보도됐다 일제는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준생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안중생은 살기 위해 변절할 수밖에 없었는지 변절했기 때문에 살 수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안준생은 일제로부터 '범죄자의 아들'로 낙인찍혀 살았고 고국으로부터 '범 같은 아버지에 개 같은 아들'이라는 '호부견자(虎父犬子)'의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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