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환의 역사이야기 / 노래는 나의 인생 / 10 봉숭아)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 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 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 주던
곱디 고운 내 님은 어딜 갔나
정태춘이 작곡하고 박은옥이 작사하여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부른 ‘봉숭아’의 가사이다 붕숭아는 고려시대 궁녀들이 원나라에 끌려가서 손톱에 물을 들인 슬픈 사연이 전해진다 봉숭아는 꽃의 생김새가 봉황을 닮아 봉선화라고 한다
정태춘은 1978년 발표한 '시인의 마을'의 가사가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에 걸렸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를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로 가사를 변경했다
정태춘은 1983년 ‘양코쟁이, 게다 신사 납신다 문 열어라 일렬종대 새치기 마라 푸대접 신세 물 건너가니 침 발라 기름 발라 인사동’이라는 노래 '인사동'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사동’의 노래가사가 저급하다는 이유로 발표조차 못했다
정태춘은 1990년 다섯 번째 앨범 ‘아, 대한민국’이 사전심의로 가사 수정지시를 받았다 정태춘은 사전심의를 거부하고 불법음반을 제작하여 배포했다 1993년 다시 불법음반인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제작하여 발표했다
이금희의 ‘키다리 미스터김’은 키가 작은 박정희를 조롱한다,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불신풍조를 조장한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는 물고문을 연상한다 등의 이유로 독재정권은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
정태춘은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주도했다 1996년 창작자의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여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크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았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가요 사전심의 위헌 결정'으로 가요음반에 관한 사전심의가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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